많이 늦은 이야기.
작년 11월에는 양양을 좀 다녀왔습니다.
시작은... 단순해요. 가을이잖아요. 글램핑 쿨타임이 좀 차더라구요.
가을이야말로 글램핑에 최적화된 계절 아닐까 해요. 벌레도 없고, 밤도 적당히 차고, 또 운이 좋다면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겠죠.
나의 오랜 고등학교 친구들. 살몬즈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어요.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어요.
숙소는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카라반으로 잡았습니다. 고양이가 아주 많았어요.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사람도 많이 없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ㅅㅎ이는 그날 연차를 쓰지 못해 늦은 밤에서야 합류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장을 좀 봤는데... 물 때문이었나 술 때문이었나 기억은 안 나지만 가는 길에 봉투가 뜯어졌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그래요 이게 우리죠 뚜벅이면 이런 일쯤은 견뎌야죠.
아무튼 도착해서 바로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바비큐를 꼭 고기로 해야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저번에 ㅅㅇ이와 다녀왔을 땐 조개구이를 먹었는데, 이번엔 그때 배송실수로 먹지 못한 꼬치를 주로 먹었어요.
뭐였더라, 삼겹살새우말이? 이거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서 이것만 500개 살걸 후회했어요. 물론 500개를 샀으면 질려서 후회했겠죠. 인간은 하여간 후회하며 살아가니까요.
꽁꽁 얼어있어 뜯어내는 것조차 쉽지는 않았지만 견뎌냈습니다.
염통꼬치가 맛있던 기억이 있네요.

고양이가 진짜 많았는데 사람 손을 탔는지 도망도 안 가구...


보정 안 했더니 완전 붉네요 죄송합니다만 귀찮았습니다요
하여튼 해먹도 있고 고양이도 있구...
얘들도 참 웃겨요. 두 마리 정도가 저희 근처에서 알짱거리는데 한 마리는 새우꼬리만 먹고 한 마리는 그냥 고기 살점만 먹고.. 서로의 취향이 아주 확실하더군요.
역시 한두번 얻어먹은 솜씨가 아니에요. 이런 곳에 사는 고양이들은 아무튼 이런 게 익숙한 게 티가 납니다.
다 먹고는 캠프파이어를 하며 스모어를 만들어 먹었어요.
제가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에요. 글램핑 와서 마시멜로를 안 구워 먹는다? 아 이건 죄악이거든요.
이때 즈음에 ㅅㅎ이도 도착해서 같이 하하호호 캠파를 즐긴 것 같아요.


꼬치 좋은 점!
마시멜로 끼워먹을 수 있음!
다음엔 좀 더 긴 꼬치로 준비해봐야겠어요.
평소엔 마시멜로 정말 안 좋아하는데 글램핑 가서 안 먹어주면 제가 우울해서 살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한참을 불멍을 때리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어요.
하지만 역시 11월의 밤은 조금 춥더라구요.
얼추 정리하고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아, 여담인데 우리 모두 배가 불러서 남은 마시멜로를 불에 던졌거든요. 그랬더니 까맣게 부풀어오르고 타면서 마치 용암에 녹은 현무암처럼 흘러내리는데 너무 징그럽고 끔찍했습니다. 저런 게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고?... 쉽지 않았어요.

ㅅㅎ이에게 주려고 남겨둔 꼬치들과 과자랑 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아요.
하지만 아마 아주 즐겁고 편안한 이야기들이었겠죠.
다음날.
강원도까지 왔으면 바다를 봐주어야죠.
바다랑 고양이 잔뜩!








저한테 계속 체취 묻히고 애교부리는 영상도 찍었는데 그건 저만 볼게요.
사실 목소리 섞여있고 잠옷바지라서 부끄러움...
애기 보고싶다 다음에 가면 넌 없겠지
체크아웃을 하고 바다로 갔어요.

좋아하는 대칭성




파도로 태어나 거품으로 죽는다는 것은






으엑 퉤퉤퉷



바위에서 피는 꽃은 바다에 가면 볼 수 있는 거죠














바다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 또 찍었어요.
날도 따뜻해서 아주 즐거웠던 날.

날도 맑고 바다도 푸르고...
아주 행복하게 마무리 될 수 있던 날이었죠.
그래요 아주 행복하게... 끝날 수 있었는데...
분명... 수원 도착 4시 예정이었는데...
그래서 근무도 잡아놨는데...
서울 부근... 들어오자마자 차가 미친 듯이 막히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요... 그날은 토요일... 주말이었고... 저는 약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반을 걸려 갔습니다.
잠실에선 정말 지금 당장 도로에 뛰어내리고 지하철 타고 집 가는 게 훨씬 빠르겠다는 생각을 일백번도 넘게 했습니다.
거의 뭐 울상이 된 떡먹... 매니저님께 급하게 구구절절 얘기를 했어요.
그냥 오프신청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셔서... 네... 결국 했습니다.
그날 제 대신까지 해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요...


우울이 가시질 않지만 그래도 배고프니 밥은 먹고 살아야죠...
이날 서울에 비도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못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 볶음밥이 ㄹㅇ찐이에요 개맛있어요
고기 못 굽는 떡먹을 위해 피곤할 텐데도 구워줬던 친구들... 매우 감사합니다...
아래는 ㄷㅇ이가 보정해서 보내준 사진들인데요.
원래 필름 감성에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는데, 이걸 보고 완전 생각이 바뀌었어요. 너무 예쁜 거 있죠.





아무튼 너무너무 예뻤음... 사진도 마음에 들고...ㅜㅜ 그냥 최고
마지막에 차만 안 막혀서 정상적으로 근무에 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였을 텐데...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그래도 늘 삶이 완벽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냥 그렇게 완벽하게 흘러가도록 노력만 할 뿐이죠.
하여튼 제가 글램핑 하자고 졸라서 다녀온 양양... 같이 즐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고양이두 많아서 행복했고, 다음날 날도 좋아서 더 행복했구요.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내가 당신들께 그런 존재로 자리잡길 바라며, 양양 글도 마치겠습니다.
많이 늦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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