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MEETING

자취생A

떡먹 2022. 7. 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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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이 된 ㅅㅎ이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30일, 그러니까 목요일에 가기로 했었는데... 화요일 밤에 제가 알바하는 곳 근처에서 술 먹고 있다고 하더니 잠깐 들른 거예요. 제가 퇴근하는 새벽까지 기다려줘서, 갑자기 즉흥적으로 ㅅㅎ이네 집에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런 즉흥적인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그냥 그러고 싶더라구요. 왠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래서 아이스티 하나 쥐어주고, 저도 떡볶이랑 아이스티 챙겨서 퇴근했습니다.
비가 좀 오더라구요. 그래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도 잘 안 잡히는 거 있죠. 하는 수 없이 심야버스를 타러 갔어요. 1시 반이 넘은 새벽인데도 다니는 시내버스가 있더라구요. 기사님들 파이팅입니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빈 차 라고 써있는 택시를 발견해서 잡았습니다. 요즘 느끼는 건데 카카오택시로 부르는 것보다 그냥 지나가는 택시 잡는 거나 아니면 택시정류장에 가는 게 더 잘 잡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카카오택시가 수수료를 엄청 뜯어간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구... 여튼 택시 타고 편하게 왔습니다.


ㅅㅎ이네 도착하자마자 야식이랍시고 로제떡볶이 먹었음

제가 알바하는 곳... 분명 카페인데 떡볶이가 제일 맛있는 카페...
네네 분식점에서 일해요 저...^^

ㅅㅎ이네 집은 제가 가본 자취생 방 중에 제일 텄어요.
일단 방고 2개규... 베란다도 있고... 14평이니까...
거실이 다른 자취생들 방 사이즈더라구요. 진짜 커서 와 집 좋다 싶었어요.


ㅅㅎ이의 덕질존.
몬스타엑스의 형원...인가? 아무튼 걔일 거예요
저도 집에 이런 덕질존 하나 두고 싶어요... 연뮤덕질존(아마 팬레터가 90퍼일 것 같긴 한데)

급하게 오느라 갈아입을 옷도 뭣도 챙기지 않았지만...
친절한 집주인께서 옷도 주시고 클렌징폼도 주시고 이부자리도 깔아주시고 하여튼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정말이지 좋은 친구예요.


ㅅㅎ이가 세팅해준 저의 침대
오손도손 귀여웠어요

방과 연결된 베란다의 저편에서는 가로등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 공간이 정말 저의 최애 공간.
그 어두운 밤을 저 가로등 하나만이 반짝이며 비추고 있는데, 너무너무 예쁜 거예요. 게다가 밤이 깊어질수록 비는 더욱 매섭게 왔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저 가로등이 마치 영화처럼 어우러져서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ㅅㅎ이에게 한참을 좋다고 떠들어댔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
애초에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안 봐요.
근데 마치 어딘가로 놀러온 기분도 들고... 이런 밤에는 추적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넷플릭스 하나 봐줘야 할 것 같더라구요.
넵 극한의 컨셉충이에요 네네...ㅎㅎ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았습니다. 근데 다 보지는 못했고, 사실 조금 보다가 그냥 잤어요. ㅅㅎ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니 별로 집중도 안 되고 조금 졸렸거든요.
그래도 틀어놓은 것 자체로 운치있고 좋았어오.

침대 올라가려는 ㅅㅎ이(초점 일부러 안 맞춤)
초점 맞은 ㅅㅎ이
쁘이 하는 나

베란다 밖 그 가로등 빛의 여파인지... 벽에 그림자가 졌는데 이것마저도 너무 감성... 있는 거 있죠.
감성충 떡먹... 여기에 또 다시 환장.
저 그림자가 그냥 너무 좋았어요. 침대에 올라가려던 ㅅㅎ이를 멈추게 할 정도로... 여기 너무 제 취향스팟이 잦아요.

어쨌든 우리는 밤새 이것저것 얘기를 했습니다. 간혹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도 가벼운 농담도 하고, 그냥 오디오 빌 틈 없이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요즘따라 이렇게 애쓸 필요 없이 편안히 대화할 사람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꺼지는 것 같아요. 점차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자꾸만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게 조금 괴롭습니다.

저는 졸려서 먼저 잤고, 우리는 대충 11시쯤 일어나서 몸을 움직였습니다.
비가 잠깐 멈췄을 때 장을 보러 밖에 나갔어요. ㅅㅎ이가 통삼겹에 비빔면을 해주기로 했거든요. 그때의 우린 상상도 못했겠죠... 무료 흠뻑쇼를 다녀올 줄은...

비가 그친 듯 싶었더니 갑자기 매섭게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차라리 비만 내렸다면 견딜 만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바람이 어찌나 그리 불던지 진심으로 날라갈 뻔했습니다. 거의 태풍이었어요. 비를 맞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저로서는 그냥 좀 체념하게 되더라구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 그날은 100m가 100km 같고 한참을 걸어도 끝이 없는 동굴 같았어요. 예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서 장 좀 보고... 나오려는데
비가 그치긴 커녕 더 오고 있더군요. 집 안 가고 그냥 마트에서 눌러앉고 싶었어요. 그리고 바람이 엄청나게 부니까 이쯤되니 우산의 존재하는 의미가 없을 수준이었습니다. 비 막아주는... 뭐랄까 정말 형식상 존재하는 느낌?... 있음 뭐해요 바람 때문에 비 그대로 쫄딱 맞는데...ㅎㅎ

회생불가

그러다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었는데 ㅅㅎ이의 우산 망가짐
어이없어서 둘이 한참을 웃다가 일단 제 우산을 쓰고 돌아왔어요
제 우산도 크기가 큰 편은 아니거든요, 사실 진짜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라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왔을 때 ㅅㅎ이의 한쪽 어깨가 영락없이 젖어있어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긴 집주인이라 갈아입을 옷이 있다며 쿨하게 넘어가주신 호스트님... 그녀의 쿨내에 반할 뻔.

처참하게 버려진 ㅅㅎ이의 우산

그 좁디 좁은 우산을 낑겨쓰고, 매서운 비바람을 맞으며, 심지어 장 본 음식들과 물건들을 들고 걷기란 쉽지 않더라구요.
비 때문에 젖어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것도 쿨하게 넘어가주시는 호스트님...
신발도 아주 그냥 다 젖어서 철퍽거리며 집에 돌아왔어요. 귀찮아서 금방 다녀올 셈으로 맨발로 신었던 신발인데 차라리 다행이었습니다. 양말까지 젖으면 기분이 더 안 좋잖아요.

둘다 엄청난 빗줄기에 멘탈이 나가서일까... 최악인 컨디션이었는데 우리는 그냥 실성한 듯 웃으며 아마존 노래를 부르며 왔습니다. 물만 맞고 물에 젖는 여기는 아마 존입니다~ 아 마 존조로존존존~~
대화의 모든 게 아마존 노래로 흘러간 것 같아요.
ex)아 머리 다 젖었어-> 머리? 젖습니다 옷? 젖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넋 나간 채 아마존 노래만 부르다 집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저는 저녁에 알바도 가야했고 그래서 바로 샤워까지 했습니다...
원래 남의 집에서 이렇게 막 씻는 사람이 아닌데...
하지만 머리가 완전 젖어서 엉키고 비에 맞아 끈적이고 축축한 상태를 어떻게 견디겠어요.

그렇게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 ㅅㅎ이가 맛있는 통삼겹을 구워줬어요.
사실 통삼겹은 아닙니다 왜냐면 마트에서 못 찾았거든요. 그래서 삼겹살로 대체했어요. 근데 삼겹살도 맛있어서 괜찮아요.


ㅅㅎ이가 찍은 에프로 갓 구웠던 삼겹살
내가 열심히 자름

짱 맛있겠죠
ㅅㅎ이는 요리천재예요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내가 만든 하트
요리사님의 화려한 손놀림
이에이에 삼겹살과 비빔면이에요

완전 누가 봐도 자취생 식탁 같네요.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맛있더라구요
아니면 너무 고생해서 먹은 걸 수도
당연함... 아침에 일어나서 배고픈 상태로 장 보러 갔는데 비 엄청 맞고 고생하고 먹음...
괜찮아요 뭐... 호스트분이 요리 천재만재라서...

후식으로 밀도 에그타르트를 줬어요.
요즘 에그타르트 먹고 싶었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야무지게 후식까지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 언제나 받고만 사는 떡먹이네요🥺

저는 그렇게... 비에 푹 젖은 신발을 신고 돌아갈 수는 없어서 아빠를 불렀어요. 아빠 차 타고 집 간 다음 다시 알바 갔답니다.



tmi
그날 누텔라바나나 와플 먹음
생각보다 감동적일 정도로 맛있진 않았어요




그러고 일주일 조금 넘게 지났을까...
ㅅㅎ이랑 전화하다가 갑자기 놀러오라고, 점심 만들어준다고 해서 갔어요.
제가 밖이기도 했고... 집 가서 먹을 것도 없고... 또 배도 고프니까...
그리고 원래 저번에 놀러갔을 때 컬리가 도착하질 않아서 로제파스타를 못 먹었거든요. 이번에 해준다길래 신나서ㅎㅎ 다녀왔습니다.

생크림 사오래서 사오는 착한 떡먹

요즘 날이 많이 습하고 무더웠잖아요. 버스 타러 가는데 아아가 그렇게도 마시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생크림에 커피 2잔까지 야무지게 사서 다시금 ㅅㅎ이네로 떠났습니다.

새우튀귐

ㅅㅎ이가 요즘 애들한테 적극 추천 중이라는 에프용 새우튀김
맛있어요. 저는 원래 새우 꼬리 안 먹는데 이건 꼬리까지 먹었습니다.

새우 잔뜩 들어간 로제 파스타

제가 새우로제파스타 해달라고 했더니 새우 양을 어마어마하게 넣어주신 호스트님... 넵 아주 간지예요...
어쩌다보니 물도 안 보일 정도로 엄청 꾸덕하게 되었더라구요...? 넵 꾸덕파스타 jm
이걸 먹으면서 ㅅㅎ이랑 알바 얘기로 한참 떠들었어요. mbti t/f로 반응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좀 웃겼고, 하여튼 여러가지 알바생토크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이날 여유에 관한 얘기를 조금 했는데요.
사실 사람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여유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도록 의식하려는 편이에요.
이 여유에는 물적, 시간적 여유도 있겠지만, 저는 되도록 배려나 세심함에서 여유를 보이고 싶어요.
자꾸자꾸 의식해서 점차 그런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요즘은 이기적인 걸 나 자신으로서 당당한 걸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좀 의식을 해서, 남에게 피해 안 끼치는 예의 바른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요즈음입니다. 이건 뭐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아무튼 호스트님이 친절하시고 즐거운 시간만 만들어줬던 ㅎ스테이.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꼭 행복하게 지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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